시작의 끝과 맞닿은 끝의 시작

 

내가 벌이는 일이란 늘 그랬다. 시작은 조용하지만 거창했고, 끝은 제대로 그 끝을 맺어 본 일이 없다. 내가 벌이는 일이란 늘 그랬다. 사람과의 관계도, 사람들과의 관계도, 온전히 내것인 일과 사물과의 관계도. 어느것 하나 그 끝이 매끄럽게 재단되어 포개어놓을 수 있게 정리된 일이 없다. 널부러지고 흐트러진 관계와 사물 사이에서 괴로움은 무언가 두터운 것으로 덮어둔마냥 잘 드러나지 않되 가만히 불룩 솟았다. 마치 나이를 먹을수록 두터워지는 아랫배처럼. 그 묵직함은 항상 느껴지되 항상 인식되지는 않았다

나이를 먹어서인지, 인격의 질이 낮아져서인지. 아랫배의 묵직함을 이제는 인정하고 살 수밖에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몰라도. 이제 그 괴로움은 잠복기가 긴 질병이 빚어내는 종양과도 같이 느껴진다. 잘라내기엔 이미 불균형들이 겨우 서로 기대어 위태롭게 이뤄놓은 균형속에 깊숙히 들어앉았다. 어쩔 수 없다는거다

끝낸적 없는 일을 또 다시 조용하지만 거창하게 시작한다. 시작의 끝은 끝의 시작과 맞닿아있다. 어떻게든. 그 끝이 어떻게든 어떻게 되어도 나는 이제 더이상 어찌 할 생각이 없다. 적어도 이따위의 기록들에 대해서는. 애써 남겨둘 필요도 없는것들에 대한 의미없는 의식일 뿐이다. 그러니 그 끝이 어떻게든 어떻게 되어도 나는 이제 더이상 어찌 할 생각이 없다

그러니 그 누구도 괘념치 말길.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